한국 생활 가이드

장례식장 처음 가는 외국인 동료에게 😔 봉투 앞에서 손 떨지 않게

한국 장례식장 처음 가는 외국인 동료를 위해, 봉투 액수와 표기부터 조문 절차·복장·식사 자리 예의까지 한국인 시선으로 정리했어요.

"형, 저 이번 주말에 팀장님 아버지 장례식 가야 하는데요… 봉투에 얼마 넣어요?" 이 질문, 한국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받아봤을 거예요.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지, 그리고 실제로는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정리해 봤어요.

들어가며

어느 금요일 오후, 네팔에서 온 동료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이렇게 물어봤어요.

"형, 팀장님 아버님 돌아가셨다고 부고가 왔는데… 저 가야 돼요? 가면 뭐 해야 돼요?" (Hyeong, tim-jang-nim abeonim doraga-syeot-dago bugo-ga wat-neunde… jeo ga-ya dwae-yo?) 팀장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왔는데, 저도 가야 하나요? 가면 뭘 하나요?

표정이 꽤 진지했어요. 옆에서 다른 동료가 "5만원 넣으면 돼"라고 지나가듯 말했는데, 그 말만으로는 오히려 더 막막했나 봐요. 봉투에 뭘 어떻게 쓰는지, 안에서 어떻게 서 있어야 하는지, 상주 얼굴을 보면 뭐라고 해야 하는지, 하나도 배운 적이 없었으니까요.

한국 장례식은 사실 절차 자체는 30분이면 끝나요. 그런데 그 짧은 30분 안에 실수하지 않으려면 알아야 할 디테일이 꽤 있어요.


1. 봉투부터 얘기해요: 얼마 넣고, 뭐라고 쓸까

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액수예요. 정답은 없지만 관계에 따라 대충 이런 감이 있어요.

  • 회사 사람인데 그리 안 친함, 팀장·동료의 부모상: 5만원
  • 평소에 밥도 같이 먹고 챙겨주는 선배·상사: 5만~10만원
  • 직속 상사이고 인간적으로 도움 많이 받았음: 10만원
  • 정말 친한 친구·형제 같은 동료: 10만~20만원

'5만원이 요즘 기본'이라는 감각이 널리 퍼져 있어요. 3만원은 아주 먼 사이나 학생 시절에나 하는 정도라는 인식이 있어서 회사 사람이라면 5만원부터 시작하는 게 편해요. 여러 명이 같이 갈 수 있는 상황이면 팀 단위로 걷어서 한 봉투로 내기도 하는데, 이럴 땐 팀에서 알아서 정해요. 동료들에게 "이번에 얼마씩 걷는지" 먼저 물어보는 게 제일 안전해요.

한 가지 팁. 액수는 홀수(3, 5, 7만원)로 맞추는 관습이 있어요. 10만원은 완결된 숫자로 봐서 예외예요. 4만원은 '死(죽을 사)'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피해요. 요즘 젊은 세대는 크게 신경 안 쓰지만 어른들이 계신 상갓집이라면 지키는 편이 좋아요.

봉투 쓰는 법

장례식장 입구에 흰 봉투가 쌓여 있어요. 앞면 가운데에 이미 賻儀(부의) 또는 謹弔(근조) 라고 인쇄된 봉투가 대부분이에요. 없으면 볼펜으로 세로로 써도 되지만 요즘은 인쇄된 걸 그냥 써요.

뒷면 왼쪽 아래에 세로로 이렇게 쓰면 돼요.

○○회사 영업팀
비 카 스

소속을 쓰는 이유는 상주가 나중에 부의록을 정리하면서 "이 사람이 누구였지"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에요. 한국 이름이 아니어도 괜찮아요. 당신 이름 그대로 쓰세요. 상주가 나중에 감사 인사할 때 그 이름을 기억해요.

돈은 봉투 안에 그냥 넣어요. 접지 않아도 되고 신권이 아니어도 돼요(예전엔 "부의금은 신권 넣지 마라"는 얘기도 있었지만 요즘은 신경 안 써요). 봉투를 접거나 봉하지 마세요. 부의금 함에 그대로 넣기 편하게 열어둔 채로 냅니다.


2.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할까

"검은 정장이 없어요"라는 말도 정말 많이 들어요. 완전한 검정 정장이 없어도 괜찮아요. 대신 이 원칙만 지키면 돼요.

  • 어두운 색 위주: 검정이 가장 좋고, 짙은 회색·남색도 괜찮아요
  • 흰 셔츠 + 어두운 바지 조합이 가장 무난해요
  • 넥타이는 검정 또는 어두운 색. 밝은 색·화려한 무늬는 피하세요
  • 양말은 어두운 색: 흰 양말은 정장 자체와 안 어울려서 티가 나요
  • 여성: 어두운 원피스나 정장, 화려한 액세서리·향수·짙은 화장은 피해요

퇴근길에 바로 가는 상황이면 겉옷만 어두운 걸로 걸치고 넥타이 색만 조심해도 큰 결례는 아니에요. 상주 입장에선 와줬다는 사실 자체가 고마운 일이니까요.

조심할 게 하나 있어요. 빨간색 계열은 절대 피하세요. 넥타이, 스카프, 가방, 신발 어느 것도요. 결혼식 색이라 완전히 반대의 자리에서 입으면 결례로 여겨져요.


3. 안에 들어가면, 이 순서로 움직여요

장례식장에 도착하면 안내판에서 고인 이름과 호실을 확인해요. 예를 들어 "故 홍길동, 3호실"이라고 쓰여 있죠. '故'는 돌아가신 분을 뜻해요.

호실 앞에 도착하면 이 순서로 움직이세요.

  1. 방명록에 이름 쓰기: 소속과 이름을 세로로 써요. 봉투에 쓴 것과 같은 이름
  2. 부의금 함에 봉투 넣기: 방명록 옆이나 안쪽에 있어요
  3. 빈소 안으로 들어가서 영정 앞에 서기: 모자·외투는 벗어요
  4. 분향 또는 헌화: 어떤 걸 하는지는 빈소마다 달라요
  5. 절 두 번 반 (또는 목례): 뒤에 자세히
  6. 상주에게 맞절 한 번 또는 목례: 짧게

전체 시간은 5분도 안 걸려요.

분향하는 법

향로와 향 다발이 놓여 있어요. 향 한 개만 뽑아서 촛불에 붙이고, 입으로 불면 안 돼요. 손으로 살짝 흔들거나 향을 위아래로 흔들어서 불을 꺼요. 그다음 향로에 조심스럽게 꽂아요.

헌화하는 법

국화꽃이 준비된 곳도 있어요. 꽃봉오리가 영정 쪽을 향하게 놓아요. 꽃 방향만 신경 쓰면 돼요.

절하는 법

이게 가장 어려운 부분일 거예요. 순서만 외우세요.

  • 남자: 오른손이 위, 왼손이 아래로 손을 겹쳐요
  • 여자: 왼손이 위, 오른손이 아래

큰절 두 번을 하고 반절(고개 숙여 인사)을 한 번 해요. 절할 때 이마가 손등에 닿을 정도로 깊이 숙여요.

절이 어렵거나 종교적으로 안 되면 목례로 대체해도 돼요.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허리를 깊이 숙이는 정도면 실례가 아니에요.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목례만 하는 경우가 많아요.

상주에게 인사

영정 앞에서 돌아서면 상주(주로 검은 완장이나 검은 리본을 단 사람)가 옆에 서 있어요. 가볍게 맞절을 하거나 목례를 해요. 악수는 하지 않아요.

말은 딱 한 문장이면 충분해요.

"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." (Samga goin-ui myeongbog-eul bimnida.) 삼가 = 조심스럽게, 고인 = 돌아가신 분, 명복 = 저승에서의 복

발음이 어려우면 "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" 도 괜찮아요. 아니면 그냥 짧은 목례만 해도 결례가 아니에요. 말을 많이 하려고 애쓰지 마세요. 상주는 이미 지쳐 있고 짧게 조용히 인사하는 사람이 오히려 고마워요.


4.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

이건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에요. 몰라서 하는 실수가 상주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거든요.

  • 사진 찍지 마세요. 영정, 빈소, 조문객 누구도. SNS 업로드도 안 돼요
  • 큰소리로 웃거나 떠들지 마세요. 아는 사람 만나서 반가워도 조용히 인사만
  • "어떻게 돌아가셨어요?" 사인 묻지 마세요. 한국에서 가장 큰 결례예요
  • 상주를 오래 붙잡고 얘기하지 마세요. 상주는 며칠째 잠을 못 자고 서 있는 상태
  • "힘내세요", "울지 마세요" 같은 말도 조심: 오히려 슬픔을 인정해주는 게 나아요
  • 휴대폰 벨소리 무음으로: 진동도 눈에 띄니 꺼두는 게 좋아요
  • 아이를 데려가지 않는 게 원칙: 아이 통제가 어렵고 다른 조문객에게도 부담

5. 육개장, 편육, 그리고 소주 한 잔

조문을 마치면 식당방으로 안내받아요. 이때 "저는 그냥 가겠습니다" 하고 나가도 실례는 아니지만 시간이 되면 잠깐 앉았다 가는 게 예의로 여겨져요. 밥을 먹는 것 자체가 상주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미가 있거든요.

메뉴는 웬만하면 정해져 있어요.

  • 육개장: 붉고 매운 소고기국. 왜 이걸 먹는지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는데(붉은색이 잡귀를 쫓는다든지, 상갓집에서 오래 두어도 안 상하는 국이라든지), 오래된 관습으로 굳어져 지금까지 이어져요
  • 편육, 전, 나물, 김치, 떡: 손으로 집어 먹기 편한 것들
  • 소주 또는 막걸리: 자율이에요

여기서 지켜야 할 것 몇 가지.

  • 건배하지 마세요. 잔을 부딪히는 소리는 축하 자리의 소리예요. 조용히 각자 마셔요
  • 잔은 한 손이 아니라 두 손으로: 나이 많은 분에게 술을 따를 때
  • 술 못 마신다고 하면 아무도 강요 안 해요. 콜라나 사이다로 대신하면 돼요
  • 오래 앉아 있지 마세요. 15~30분이면 충분해요
  • 나갈 때 상주에게 다시 인사: "그럼 저 가보겠습니다" 정도로 짧게

식사 값은 따로 안 내요. 부의금 안에 이미 밥값이 포함된 셈이거든요. 이 감각도 알아두면 좋아요.


그래서, 어떻게 해야 할까?

솔직히 말하면, 여기 적은 걸 다 외워서 갈 필요 없어요. 한국인들도 다 정확히 알고 가진 않아요. 저도 처음엔 옆 사람 눈치 보면서 따라 했고 지금도 절할 때 손 위치를 헷갈릴 때가 있어요.

중요한 건 딱 세 가지예요.

  1. 어두운 옷 입고
  2. 봉투에 이름 쓰고
  3. 조용히 짧게 인사하고 나오기

이 세 가지만 지키면 결례는 아니에요.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그 자리에 가줬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의미예요. 한국 사람에게 장례식은 슬픔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, 남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자리거든요. 팀장님이 몇 년 뒤에도 "그때 우리 팀 외국인 친구가 와줬어"라고 기억할 거예요.

한국어가 아직 서툴러서 걱정된다면, 조문 다녀와서 팀장에게 조용히 한 마디만 더 건네도 좋아요.

"팀장님, 지난주 힘드셨죠. 건강 잘 챙기세요."

이 한 문장이면 충분해요.


마치며

한국에서 살다 보면 결혼식보다 장례식장에 가는 일이 더 많아지는 시기가 와요. 나이가 들수록 그래요. 처음 한 번이 어렵지, 두 번째부턴 훨씬 수월해요.

그리고 언젠가 당신 옆에 새로 온 후배가 "형, 저 이번 주말에 장례식 가야 하는데요…" 하고 물어보는 날이 올 거예요. 그때 이 글에서 본 걸 하나씩 알려주면 돼요. 그렇게 배운 걸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는 자리이기도 해요.


한국행을 준비 중인 지인에게 이 글을 공유해 주세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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