들어가며
EPS-TOPIK 읽기에서 가장 억울한 실점은 뜻을 알면서도 답을 틀리는 경우입니다. 사전을 찾아보면 두 단어의 뜻이 거의 같고, 교재에도 "같은 뜻"으로 묶여 있는데 정작 시험에서는 한쪽만 정답으로 인정합니다.
어휘를 단어장으로 외운 응시자일수록 이 함정에 자주 걸립니다.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개한 EPS-TOPIK 출제기준을 보면, 읽기 영역의 평가 항목 중 하나가 **'어휘 및 어법'**이고 문항 유형은 "빈칸에 들어갈 어휘 및 문장 고르기"로 규정되어 있습니다. 읽기는 20문항·25분·4지 선택형이며, 각 항목의 세부 기준에는 산업안전과 직무 관련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(출처: 한국산업인력공단 EPS-TOPIK 출제기준, epstopik.hrdkorea.or.kr).
어휘의 범위도 미리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.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24년 12월 23일 EPS-TOPIK 「한국어 표준교재」를 11년 만에 전면 개편해 '일상생활 한국어'와 '직장생활 한국어' 두 권으로 나눴습니다. 직무 관련 학습 단원은 10개에서 18개로 늘었고, 산업안전 및 보건 분량은 기존 교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됐습니다(출처: 고용노동부 보도자료, 2024년 12월 23일). 유의어·반의어를 가르는 문맥이 생활 어휘에만 머물지 않고 작업장·장비·안전 어휘로 넓어졌다는 뜻입니다.
이 글에서는 어휘 문항에 반복해서 나오는 함정 5가지를 정리하고, 유형마다 문맥으로 정답을 가려내는 판별 원칙을 붙였습니다. 예시에는 생활 어휘와 작업장 어휘를 나란히 담았습니다. 목표는 뜻을 외우는 데서 멈추지 않고, 그 단어가 왜 이 문장에서만 자연스러운지까지 이해하는 것입니다.
함정 1 · 뜻이 겹치지만 결합하는 명사가 다른 유의어
가장 흔한 함정입니다. 두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거의 같아도, 함께 쓰이는 목적어와 주어는 단어마다 정해져 있습니다. 그래서 뜻이 같아 보이는 두 단어를 같은 자리에 넣어 보면 한쪽만 자연스럽게 읽힙니다.
대표 예시:
- 고치다 / 바꾸다: "고장 난 시계를 ___" → 고치다 (수리 의미). "시계 배터리를 ___" → 바꾸다 (교체 의미). 둘 다 "새것으로 만든다"는 의미가 있지만 결합 대상이 다릅니다.
- 고치다 / 바꾸다 (작업장): 같은 구분이 현장 어휘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. "고장 난 기계를 ___" → 고치다. "마모된 부품을 ___", "낡은 안전모를 ___" → 바꾸다. 망가진 것을 되살리면 고치다, 있던 것을 빼고 다른 것을 넣으면 바꾸다입니다.
- 배우다 / 익히다: "한국어를 ___" → 둘 다 가능하지만, "작업 요령을 ___" → 익히다가 더 자연스럽습니다. 배우다는 새 지식을 얻는 과정, 익히다는 반복으로 몸에 배게 하는 과정입니다.
- 크다 / 많다: "키가 ___" → 크다. "사람이 ___" → 많다. 초급 단어지만 시험에서 목적어를 바꿔 함정을 만듭니다.
판별 원칙: 유의어 교체 문제를 만나면 뜻풀이보다 앞뒤 명사와의 결합 관계를 먼저 확인합니다. 동사 하나만 따로 외우는 대신 "명사+동사" 덩어리로 외워 두는 것이 이 함정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. 어떤 명사와 짝을 이루는지 찾아볼 때는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(krdict.korean.go.kr)이 편합니다. 외국인 학습자를 위해 만든 사전이라 예문과 다국어 뜻풀이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.
함정 2 · 정중함·격식 수준이 다른 유의어
같은 행동을 가리키지만 화자와 청자의 관계에 따라 쓰는 단어가 달라지는 경우입니다. EPS-TOPIK 지문에는 직장·병원·관공서 상황이 자주 나오는데, 이런 자리에서 격식 수준이 맞지 않는 선택지는 오답으로 분류됩니다.
대표 예시:
- 주다 / 드리다 / 주시다: 목적어와 주어가 누구인가에 따라 갈립니다. 반장님이 나에게 → 주시다 ("반장님께서 작업 지시서를 주셨습니다"). 내가 공장장님에게 → 드리다 ("공장장님께 서류를 드렸습니다"). 동료에게 → 주다.
- 말하다 / 말씀하시다 / 여쭙다: 반장님이 → 말씀하시다. 내가 반장님께 → 여쭙다 ("작업 순서를 반장님께 여쭤봤습니다").
- 먹다 / 드시다 / 잡수시다: 지문에서 "할아버지께서 밥을 ___" 뒤에 먹었다를 고르면 문법은 맞지만 어휘 선택이 틀린 것으로 처리됩니다.
판별 원칙: 선택지를 보기 전에 지문에서 누가 주어인지부터 표시해 두세요. 공장장님·반장님·사장님·손님·어르신이 주어이면 존대 어휘를, 화자 자신이 주어이면 겸양 어휘를 후보로 남깁니다. 뜻이 같다고 해서 정답이 되지는 않습니다.
함정 3 · 의미는 반대지만 활용형이 헷갈리는 반의어 짝
반의어 문제는 반대말을 안다고 해서 풀리지 않습니다. 정작 어려운 부분은 활용형(어미 변화)이 비슷해 헷갈리는 짝을 가려내는 데 있습니다.
대표 예시:
- 열다 / 닫다: "문을 열어 주세요" ↔ "문을 닫아 주세요". 여기서 함정은 피동형 열리다를 함께 섞어 놓은 선택지입니다. 능동과 피동을 구분하지 못하면 반의어 짝 자체를 잘못 고르게 됩니다.
- 켜다 / 끄다: "기계를 켜다 / 끄다"는 쉽지만, "핸드폰을 ___" 자리에 열다·닫다를 넣도록 유도하는 선택지가 자주 나옵니다. 전자기기와 설비는 켜다·끄다가 짝입니다.
- 높이다 / 낮추다: "작업장의 온도를 ___", "기계 속도를 ___"처럼 수치를 조절하는 문맥에서 자주 나옵니다. 안전 수칙 지문에 특히 잘 등장하는 짝입니다.
- 늘다 / 줄다 vs 늘리다 / 줄이다: 선택지에 자동사(늘다·줄다)와 사동사(늘리다·줄이다)를 함께 섞어 둡니다. "생산량이 ___" → 늘다·줄다. "인원을 ___" → 늘리다·줄이다. 주어가 스스로 변하면 자동사, 누군가 그렇게 만들면 사동사입니다.
판별 원칙: 반의어 문제는 뜻이 반대인 후보를 먼저 2개로 좁힌 뒤, 주어가 사물인지 사람인지, 자동사인지 사동사인지를 다시 확인합니다. 반의어를 정리할 때는 반드시 "짝"으로 묶고, 자동사·사동사 짝(늘다/늘리다)까지 한 세트로 외웁니다.
함정 4 · 접속 부사·연결 어미 (그러나·그런데·그래서·그리고)
읽기 지문의 빈칸 채우기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함정입니다. 네 단어 모두 문장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하지만, 앞뒤 문장의 논리 관계에 맞지 않는 접속어를 고르면 오답입니다.
간단한 판별표:
| 접속어 | 앞뒤 관계 |
|---|---|
| 그리고 | 앞뒤가 대등한 나열 |
| 그러나 / 하지만 | 앞뒤가 반대·대조 |
| 그래서 / 따라서 | 앞이 원인, 뒤가 결과 |
| 그런데 | 앞과 뒤의 화제 전환, 약한 대조 |
생활 지문 예시: "어제 비가 많이 왔습니다. ___ 오늘은 날씨가 좋습니다." → 앞뒤가 대조이므로 그러나 또는 하지만. 그래서를 고르면 오답입니다.
안전 안내문 예시: "작업 전에 안전모를 착용해야 합니다. ___ 안전화도 반드시 신어야 합니다." → 같은 성격의 지시를 더하는 나열이므로 그리고가 답입니다.
판별 원칙: 빈칸 앞뒤 문장을 각각 한 단어로 요약해 보세요. 두 요약이 "반대"이면 그러나/하지만, "원인→결과"이면 그래서/따라서, "단순 추가"이면 그리고, "화제 전환"이면 그런데입니다.
함정 5 · 시간 표현 유의어 (벌써·이미·아직·아직도)
시간 부사는 뜻이 겹쳐 보여도 담고 있는 감정과 어울리는 시제가 서로 다릅니다. 지문의 시제(과거·현재·부정형)와 맞지 않는 부사를 넣으면 오답 처리됩니다.
| 부사 | 의미와 결합 시제 |
|---|---|
| 벌써 | 예상보다 빠르다는 놀람이 섞임. 과거·완료와 결합. "작업이 벌써 끝났어요?" |
| 이미 | 어떤 시점보다 앞서 일이 끝났음. 감정 없이 시점만 표시. 과거·완료와 결합. "점검은 이미 끝났습니다." |
| 아직 | 어떤 시점까지 계속되지 않음. 부정형·진행과 결합. "부품이 아직 안 왔어요." |
| 아직도 | 아직의 강조. 화자의 답답함·불만이 섞임. 부정형·진행과 결합. "아직도 안 왔어요?" |
벌써와 이미는 둘 다 과거·완료에 붙지만, 벌써에는 "생각보다 빠르네"라는 화자의 반응이 들어 있고 이미는 시점만 담담하게 가리킵니다. 선택지에 둘이 같이 나오면 문장에 놀람이나 감탄의 결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.
시험 함정: "작업을 ___ 다 했어요" 같은 긍정 완료문에는 벌써·이미가 오므로, 이 자리에 아직을 넣으면 오답입니다. 반대로 "___ 안 끝났어요" 같은 부정문에는 아직·아직도가 와야 하고, 여기에 벌써를 넣으면 오답이 됩니다.
판별 원칙: 시간 부사 문제는 뜻보다 시제와 부정/긍정 결합을 먼저 확인합니다. 문장 끝이 "-았/었어요"인지, "안 -아/어요"인지를 보고 후보를 절반으로 줄이세요.
함정을 피하는 3주 학습 루틴
다섯 유형 모두 뜻만 외워서는 대비가 되지 않습니다. 다음 순서로 학습하기를 권합니다.
- 1주차: 결합 관계 정리. 유의어를 발견할 때마다 "결합하는 명사"를 함께 노트에 적습니다. 예: 고치다(시계·자동차·기계·습관), 바꾸다(옷·자리·부품·계획).
- 2주차: 반의어 짝 + 자동사/사동사 확장. 반의어를 외울 때 자동사·사동사 짝까지 한 세트로 묶습니다. 예: 늘다↔줄다 / 늘리다↔줄이다, 높이다↔낮추다.
- 3주차: 직장생활 어휘로 범위 넓히기 + 오답 리뷰. 「한국어 표준교재」 2권 '직장생활 한국어'의 직무·산업안전 단원 어휘를 같은 방식(명사+동사 덩어리)으로 정리합니다. 틀린 어휘 문제는 반드시 "왜 그 선택지가 오답인지"를 한 줄로 적은 뒤 3일·7일·30일 간격으로 다시 봅니다. 뜻만 재확인하면 같은 함정에 또 걸립니다.
마치며
다섯 유형을 한 줄로 요약하면, 뜻이 겹치는 단어들 사이에서 결합 관계·격식·시제가 정답을 가른다는 것입니다. 그래서 단어장을 뜻 중심으로 외우는 학습만으로는 이 지점을 넘기 어렵습니다. 오늘 정리한 5가지 유형에 문맥 판별 원칙으로 접근하고, 개정 표준교재가 강조하는 직무·산업안전 어휘까지 같은 방식으로 넓혀 두면 읽기 어휘 파트에서 반복적으로 놓치던 점수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.
SEDA로 연습하기
틀린 어휘 문제를 SEDA 오답노트에 저장해 두면 D+3, D+7, D+30 간격으로 반복 학습 알림이 와서 같은 문제를 다시 풀 수 있습니다. 뜻만 다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푸는 방식이라, 유의어의 결합 관계나 반의어 활용형처럼 문맥 판별이 필요한 어휘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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참고 자료
- 한국산업인력공단, 「EPS-TOPIK 출제기준」, https://epstopik.hrdkorea.or.kr/epstopik/abot/exam/selectStandardDesc.do?lang=ko
- 고용노동부, 「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(EPS-TOPIK) 한국어 표준교재, 11년 만에 전면 개편」 보도자료, 2024년 12월 23일, https://www.korea.kr/briefing/pressReleaseView.do?newsId=156667139
- 국립국어원, 「한국어기초사전」, https://krdict.korean.go.kr
- 국립국어원, 「표준국어대사전」, https://stdict.korean.go.kr



